비트코인 ETF 승인은 블록체인 변화의 서막

지난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상장을 승인했다. 작년 말부터 SEC의 승인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무르익으며 새해 들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었다. 승인이 있기 전날 SEC의 SNS 계정이 해킹돼 승인되었다는 뉴스가 삽시간에 퍼져 전 세계를 열광시킬 정도로 국내외 투자시장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블랙록, 피델리티 등 승인을 오랫동안 기다려온 거대 투자사들은 비트코인에 공격적으로 투자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고객에게는 비트코인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을 선보일 수 있게 됐다. 이번 승인은 단순히 비트코인 ETF라는 하나의 상품에 그 파급 효과가 그치지 않는다. 비트코인 ETF가 투자상품으로 승인되면서 이제 연금에서부터 투자 포트폴리오에 이르기까지 모든 투자에 적용될 수 있게 됐다. 그렇기에 SEC의 승인은 블록체인 업계뿐만 아니라 기존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미치는 기념비적인 결정이 됐다.

그런데 사실 ETF라는 상품에 대해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 결정의 의미가 쉽게 와닿지 않을지 모른다. ETF란 ‘Exchange Traded Fund’의 줄임말로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펀드’라는 뜻인데, 다양한 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펀드의 장점과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주식의 장점을 합한 것이다. ETF에 투자한 투자자는 직접 매수하지 않고도 여러 자산에 투자할 수 있고, 주식처럼 증권 거래소에서 거래하며, 전체 포트폴리오의 성과에 따라 수익을 거둔다. 예를 들어 안정적인 금과 비교적 변동성이 큰 상품을 모두 포함해 ETF 하나를 구성할 수도 있고, 아마존이나 테슬라 같은 빅테크 기업과 은행의 주식을 혼합해 ETF를 구성할 수도 있다. 비트코인 ETF의 출시는 주식처럼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직접 매수할 수 있다는 의미다.

기존에도 거래할 수 있던 비트코인을 주식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게 된 사실에 왜 그리 호들갑이냐고 반문할 수 있다. 먼저 투자자들이 ‘월렛’이라는 디지털 자산용 지갑을 따로 준비해 관리하거나, 가상자산 거래소에 별도로 가입하는 등의 번거로움과 불편을 걱정할 필요 없이 비트코인 거래가 가능해진다. 그리고 각국의 금융사들이 비트코인을 사들이기 시작하면서 비트코인 시장엔 막대한 자금이 유입돼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하거나 시장 상황이 보다 개선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자산 시장에 새로운 자본이 유입되면서 블록체인 기술 전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블록체인 업계와 투자자들을 열광하게 하는 이유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과 같이 비트코인 관련 상품을 만드는 투자사들은 이를 매수해 보관해야 하는데, 당장 그런 보관 기능을 담당하는 인프라 서비스인 커스터디(Custody)에 기술과 자본이 모이게 될 것이다. 그 커스터디 서비스는 우리 정부도 추진하는 토큰 증권에도 적용돼 점차 다양한 서비스를 위해 확장해 나갈 것이다. 이러한 전개가 비트코인 ETF 승인의 파급 효과라 할 수 있다.